사랑은 어제와 오늘의 세상을 바꿔주는 놀라운 감정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두려운 존재기도하다. 마음속에 사랑이란 꽃이 피어나면 우리는 기약 없는 미래를 내다보고 싶어 한다. 사랑했어―란 말에 담긴 과거의 시제가 오히려 슬픔을 가져다주고 사랑해-란 말 속에서 담긴 현재의 시제에 마냥 안심할 수 없는 건. 사랑은 영원한 미래의 그 날까지 지속돼야하기 때문이다. ...
“안녕. 나는 다니엘이야.” 어색한 서울억양에 하얀 피부. 가늘고 가로로 길게 찢어진 눈은 이상하게 전혀 날카롭게 보이지 않았다. 작았지만 길쭉길쭉하면서도 다부져 보이는 체격은 같이 뛰어놀기에 제격인 듯 했다. 일단 합격. “안녕. 나 알지?”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일단 기선제압부터 해야 했다. 드라마세트장을 오가며 지훈이 제일 먼저 배운 것은 선빵이 중요...
깊숙이 묻어져있는 것 같은 진실은 언제나 의외의 순간. 진부할 정도로 갑작스런 순간의 움직임 하나로 툭 튀어나온다. 특히 세상을 왜곡 없이 바로 보는 청춘에게는 더 그렇다. 그래서 청춘은 총명하다. 그런 청춘의 반듯함을 어쩌면 어른들이 무지함으로 왜곡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제 앞에 난 길 그 하나만 보기에도 버거운 청춘들은 그 길 만큼은 가장 정확하고 ...
나고 자라야만 고향이 아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면 그 곳이 바로 고향이다. 지훈에게 부산은 그런 곳이었다. 남들보다는 덜하다지만 충분히 학업 스트레스를 갖고 생활해야만하는 서울과는 다르게 이 도시는 지훈에게 아름다운 추억만을 안겨줬다. 보통의 여행지가 그러하듯. 부산역에서 내린 지훈은 두 팔을 벌려 불어오는 강렬한 햇살과 바닷바람을 온 몸으로 맞이한다...
시간은 더디게 갔다. 지훈과 다니엘이 함께 등교하던 길은 보다 느리고 지루하게 각자의 시간을 따로 썼다. 점심시간 급식실에 같이 가기는 했지만 서로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가운데 앉은 눈치 없는 현수만이 그 공백을 영양가 없는 이야기들로 채울 뿐이었다. 지훈이 요즘 사춘기야. 무게 잡고 있어. 다니엘이랑 싸웠냐. 간간이 두 사람의 행동 변화에 의구심이 들어...
주말의 시계는 주중의 것과는 궤를 달리한다. 1분이 1초와 같고 하루는 눈 깜짝하면 지나가있다. 거기다 혼돈의 카오스 같은 혼란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를 정통으로 맞은 지훈에게 일요일 저녁 예능프로그램의 엔딩을 알리는 BGM 소리는 제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쥐어뜯게 했다. 다니엘과 짧지만 강렬한 첫 키스 이후 지훈은 휴대폰을 비행모드에 두고 풀지 않았다. 겁이...
지훈은 딱 죽고 싶은 심정으로 지금 침대 위에 누워있다. 아. 이게 침대가 아니라 관속이어야 했어. 내가 너무 오래 살았지. 18년만 살았어야하는데 19년을 살았네. 그냥 그 숫자마저도 지랄 맞은 십팔년만 살았으면 걔랑 입술을 맞댔을 일도 없었을 텐데. 다시 지훈의 눈앞에는 다니엘네 집 앞 놀이터의 전경이 그려진다. 쵹. 2-3초 맞닿아 있던 서로의 입술이...
#6. 청춘-그 혼란에 대하여 매주 금요일은 지훈네 아파트 분리수거 날이다. 지훈은 그래서 보편타당하게 사람들이 두루 좋아하는 금요일 밤을 지독히도 싫어했다. 맞벌이 부부인 지훈의 부모는 고3인 제 아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뿐인 분리수거일을 놓치면 그로인해 생기는 악취, 벌레 같은 훼방꾼들의 출연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맞벌이 ...
#5. 청춘-그 설렘에 대하여. 여름의 해는 여느 계절의 것보다 더 일찍 뜨고 그 열기는 순식간에 달궈진다. 하늘은 언제 그렇게 소나기를 퍼부었나 싶을 정도로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고 높았다. 간 밤 잔뜩 내리는 수분을 보충한 나무의 잎사귀는 더 반짝거리며 초록빛을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지훈의 엄마 말대로 다니엘은 지훈의 아파트 동 입구에 등을 기대고 서...
#4. 청춘. 그 거부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의 다리가 두 개인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 발을 내딛을 때 다른 한 발이 지탱을 해줘야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로 밸런스가 중요하다. 길이가 비슷하고 지지력이 비슷한 두 다리가 인간의 걸음을 완성한다. 한 쪽 다리가 짧아지거나 약해지면 결국 걸음을 완성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결국...
#3. 청춘-그 갑작스러움에 대하여 그 이름도 절절한 19살. 10대를 딱 일 년 남긴 하루하루 가는 날들이 아까워 눈물겹던 그 때. 그 때 우리는 왜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어 했을까. 청춘의 파릇파릇함이 설익은 과일처럼 느껴져 툭 뱉어버리고 싶거나 제 몸을 감싸고 있던 껍데기들이 버거워 떨쳐버리고 하늘 위로 비행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더 탐...
#2. 청춘-그 애매함에 대하여 낭랑 19세. 참 애매하고도 오묘하다. 몸집은 이미 성인의 것과 같아 필시 어른이라 할 수 있겠는데 그 판단력은 아직 법적인 성인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 아직은 애새끼로 분류된다. 참으로 애매하고 곤란한 시기이다. 그렇기에 한 쪽으로 숨을 수도, 강제분류 당할 수도 있다. 고급식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어쨌든 학교에서 주는 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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