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고속도로는 비 때문인지 차량이 많지 않았다. 제한속도에서 겨우 10퍼센트 줄인 빠르기로 1차선을 타고 우리는 내리 달렸다. 빗속 운전이라 힘들 법도 했는데 흐름을 한 번 타니 멈추고 싶지 않았다. 몇 주 만에 맛보는 속이 뻥 뚫리는 듯 한 기분에 나는 겨우 제한속도 기준에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몇 주간 지훈과는 접점이 없었다. 그저 소영이 돌아왔을...
지훈과 다니엘은 20년 지기 친구지간이다. 소위 불알친구라고 하는 그런 막역한 사이. 아 하면 어 하고 이 하면 에 하고 척 하면 딱 하는 아어이다가 가능한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는 사이. 그런 사이가 연인으로 발전해 속궁합까지 환상의 조화를 이뤘으니 이제 백년해로하는 일만 남았겠지. 두 사람은 그렇게 생각했다. 우정으로만 9년, 사랑과 우정사이 1년을 거쳐...
누나가 돌아왔다. 떠났을 때보다 더 많은 짐을 들고. 그 많은 기념품 중에 내 것은 기내 면세품으로 산 스킨 하나가 전부였지만 예전의 누나와 비교한다면, 그리고 내가 그동안 저지른 행위를 떠올린다면- 나는 내 손에 쥐어진 화장품을 과연 바를 수 있을까. 누나의 귀국은 우리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했다. 처음 몇 번은 세 사람이 마치 완전한 한 식구가 된 ...
“박앵커. 축하한다.” “고마워.” “이 햄 아까 운 거 아나.” “진짜야. 다니엘?” “넌 쓸데없는 이야기할 거면 집에 가라. 와이프가 안 찾나?” “와 이 햄 보소. 큰 티비로 보고 싶다고 내 꼬신 건 생각도 않고” “겸사겸사 얼굴 보고 좋잖아.” 잔들이 서로 부딪히고 다시 시끌벅적한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우진의 말대로 조금 더 큰 화...
유난히 치열한 공판이 있는 날이 있다. 이겨도 별로 달갑지 않은 변호가 그런 류였는데 예를 들면 해도 해도 너무 심하게 후려쳐서 나름 건실한 소기업을 잠식하는 괴물 기업을 대변해야하거나 이미 가져도 차고 넘칠 정도를 소유한 기업에서 그 몇 푼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회사를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는 일을 도와야할 때. 그런 날은 아무리 이기기 위한 전투에서 바...
그런 날이 있다. 분명히 꿈속인데 이게 꿈이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 무언가에 의해 잠을 깬 게 아니라 저절로 현실로 튀어나와졌는데 유난히 개운하고 정신이 맑은 그런 날. 그런 날은 십 중 팔구 평일이라면 지각이거나 휴일이라면 하루를 날린 그런 날이란 이야기였다. 결론적으로 이런 날은 대부분 좆된 날-이란 뜻이었다. 아. 얼마 만에 이렇게 편히 자는 거란 말...
우리는 그렇게 내리 몇 시간 동안 별을 구경했다. 하늘에는 아마 별 뿐만이 아니라 위성도 행성도 비행기의 조명도 섞어있겠지만 나는 그 중 별을 골라낼 수 있었다. 유난히 빛나고 반짝이는 그 별들은 여타의 빛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물론 그 중 가장 아름답고 반짝이는 별은 하늘이 아니라 내 옆에 고요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변변한 조명하나 없이 칠흑같이 어두운 ...
#28. 청춘 “박 앵커! 스탠바이 하고” 인이어에서는 끊임없이 주조에서 PD 의 지시가 쏟아졌다. “야야. 박앵커 얼굴 왜 이렇게 번들거려. 땀이야 뭐야. 분장팀! 분칠 좀 다시 해줘.” 그랬다. 오늘은 지훈의 첫 방송날. 방송국 창사이래 최연소 8시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로 발탁된 지훈은 고작 기자로 합격한지 2년차. 경찰청을 개같이 구르며 취재하던 사스...
금요일 밤에 갈만한 곳이라면 생각하기에 따라서 그 폭에 제한을 없앨 수 있었다. 지구 그 어디라도 24시간 비행이면 갈 수 있고 국내라면 어디든 문제가 안 됐다. 나는 문득 지훈을 데리고 어딘가로 멀리 숨을 예정이었다. 우리를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그런 곳으로. 우리를 내려다보는 건 고작 달과 별. 해와 구름뿐인 그런 곳으로. 그래서 고속도로를 타고 비포...
오늘은 언젠가는 끝나고야 마는 겨울방학의 끝자락에 스키장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동행하는 멤버는 당연히 지훈과 다니엘. 그리고 새로 추가된 우진과 경화. 우진과 경화를 초대하게 된 데에는 자신의 잃어버린 첫사랑을 되찾기 위해 괜히 지훈을 동행시켰다가 되레 남의 사랑이 파토 나는 순간을 조장한 사람이 되어 느닷없이 사랑의 다리 폭파범이 된 것 같은 찜찜한 기...
#12. 나쁜 피[다니엘. 오늘은 몇 시에 와요?][아줌마가 오늘 주꾸미볶음 해놓는대요. 전화해봤음][저녁은 같이 먹어요. 급식노맛]1분 간격으로 와 있는 지훈의 메시지를 읽고 또 읽었다. 도착한지 20분이 지나있었다. 내 점심시간보다 30분쯤 이른 듯 했는데 벌써 다 먹었나. 체하겠네-무어라 답장을 보내려는 내 행동을 저지하는 부름이 느껴져 나는 고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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